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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30 16:32:27
지난 3월부터 퍼머컬처대학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름도 생소한 이 대학은, “어른을 위한 대안대학”을 표방하며 지역에 정착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농촌에 ‘농’자도 몰랐던 나도 서서히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경쟁과 스펙이 없는 대학에서 이전에 고민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깨우쳐 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올해 4기에 등록한 학생은 총 6명, 소수정예라고 볼 수 있겠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시던 60대 어르신, 세 아들에게 자연을 선물하고자 귀촌한 아버지, 마을사무장 선생님, 버스와 렌트카를 공동체 방식으로 운영하시는 분, 다른 공동체에서 이사 온 아기 엄마, 대학 휴학생까지. 살아온 방식과 경험이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강의실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학과 공부는 1년 3학기로 운영되는데 첫 학기에는 인문학, 환경생태학, 사회경제학, 영성, 텃밭실습, 적정기술 이렇게 7과목을 배운다. 다들 낮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수업은 일주일에 3번,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수업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어스름히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시를 읽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토론하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원을 사용하는지 꼽아보면서 새삼 반성하기도 하며, 머나먼 자본주의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새로운 경제모델을 꿈꾼다.
토요일에는 영성과 텃밭실습, 적정기술을 번갈아가며 배운다. 영성 시간에는 삶의 뿌리를 단단히 할 수 있도록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텃밭실습 시간에는 퍼머컬처 원리로 작게나마 농사를 짓는다. 비닐 대신 신문지와 볏짚으로 멀칭을 하고, 어색한 자세로 호미를 쥐고 여러 가지 채소를 심었다. 적정기술에서는 손으로 맛보는 창조의 기쁨과 함께,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술들을 배운다. 최근에는 베틀로 천을 짰다.
이 수업들로 시골 생활이 ‘단기 완성’ 되지는 않겠지만 공들여 탑을 쌓아가는 느낌이 든다. 공든 탑에는 수업뿐만 아니라, 지역의 관계망도 포함되어 있다. 퍼머컬처대학 학생이기 때문에 지역의 모임에 초대 받기도 하고, 따스한 응원도 많이 받는다. 수료한 선배들 중 지역에 정착한 이들과 친구가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들도 있다. 소수정예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욕구를 섬세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기숙사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퍼머컬처대학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의미 있는 공간이다. 앞으로 체계를 잘 갖추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넓은 공간에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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